최은영

기자

이근면의 사람이야기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운영되는가? 요즘 세태는 당쟁의 시대를 넘어 ‘지성마비’의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어떤 이념, 사상, 생각을 넘어 국가란 조직을 운영하는 권력만을 탐하되 내 편이어야 한다는… 어떤 집단이든 단순한 이분법이지 않은가. 좌우, 보수 진보의 색깔을 씌워 그 알량한 명분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그저 국민은 배부르고 등 따습고 내일에 희망을 걸고 내 가족의 안녕과 이웃과 오손도손 살되 남에게 업신여김 받지 않으면 행복하다. 이 단순함에는 패거리 의식이 강요됨이 없다. 그저 같이, 우리, 서로 라는 공동체 의식이 종착지이다. 장자 제9편에서 입 안 가득 먹을거리를 넣고 배 두 드리는 모습을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했다(“[夫赫胥氏之時, 民居不知所爲, 行不知所之, 含哺而熙, 鼓腹而遊, 民能以此矣.]”. 이 같이 먹을 것이 풍족해 즐겁게 지냄을 이르는 이 말처럼 민초는 그저 일상의 함포고복을 꿈꾼다. 안정적이고 평온한 이런 시대를 우리는 태평성대라 이야기한다. 이걸 시스템적으로 구현할수록 리더인 개인이 바뀌어도, 지배자가 바뀌어도 ‘개인에 종속되지 않은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을 이상 사회라 하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엔 총과 칼을 쥔 군인들의 무력이 국가운영의 근간이었다. 하긴 공포와 거짓 선동으로 한몫하는 시대도 있게 마련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민주주의의 진전도 빠르게 이뤄졌다. 산업화되고 경제적으로 번영한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무엇으로 운영돼야 하는가?모름지기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개인, 지역, 계층, 집단의 자의적 통치를 배격하고 시스템에 의한 국가운영의 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미국 대통령 유고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다소간의 혼란은 있을지언정 미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300년간 지켜온 헌법정신과 시장경제의 힘으로 혼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는 위기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치환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곧 ‘회복탄력성’이 강한 나라라는 것이다.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무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가진 나라가 국민을 부유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기업은 국가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을 다수 보유한 초일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공직자에게 기업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관습과 친소관계, 학연, 지연 등 파벌적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정교한 절차와 규칙,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세계와 경쟁하는 일류 기업의 운영체계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규제개혁과 공직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이 기업인 마인드를 주문하고 그에 맞게 공직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냥 모른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종시에 앉아서 서울의 기업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피부로 느낄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균형발전만 보지 말고 기업이 왜 서울로 몰리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함이라 하지만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과연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공직사회가 기업인 마인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생각과 비전만으로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추진한다 한들 4년 남은 임기 안에 체질이 바뀌긴 어렵다. 국가적 비전이 있어야 하고 이 비전을 뒷받침할 시스템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시스템적 사고방식의 정착을 위해 우선은 공무원 인사에 기업형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스템의 변화가 정권이 바뀌어도 항상적으로 유지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기업 인사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이다. 글로벌 무대를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들은 하나같이 창업자의 강한 영향력을 극복했다. 창업자가 만들어 놓은 체계와 방침을 2대, 3대 오너들이 뛰어넘은 기업들만이 영속적 성장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70년 역사를 거쳐오며 눈부신 성장 신화를 써온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과 발전의 토대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맞게 변주할지 고민하는 것이 국가운영의 제1덕목이다. 자기 극복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 청산, 인수·합병 같은 고통스러운 자기파괴 과정을 동반한다.미래를 위한 국가적 기능인 항공우주청에서 기존의 공무원 사회의 인사 기준에 예외가 필요했듯이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본 방향 세 가지를 장단기적으로 추진해야 개혁의 기초가 될 것이다. 첫째, 공무원 총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산성 개혁이 필요하다. 정원은 줄이고 개별 임금을 올리는 성과 중심의 방향으로 인력 운영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둘째, 인사기능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에 적합한 정부 조직과 인사관리 기능이 민간기업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유로운 조직 운영과 공무원 개인의 전문화가 전제될 일이다. 셋째, 공공재인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과 신분 안정을 위해 정권으로부터의 피해와 지배를 최소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과 정책의 조화를 위한 중립적 인사 부처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초일류 기업을 더 많이 키워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이 앞장서 기업인 마인드를 강조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지를 모아 시스템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면, 5년 임기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수많은 이들의 집단 지성을 영속적으로 국가운영에 접목할 수 있다면, 우리도 국민소득 10만불, G3 국가로 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송길호 기자 2023.03.02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운영되는가? 요즘 세태는 당쟁의 시대를 넘어 ‘지성마비’의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어떤 이념, 사상, 생각을 넘어 국가란 조직을 운영하는 권력만을 탐하되 내 편이어야 한다는… 어떤 집단이든 단순한 이분법이지 않은가. 좌우, 보수 진보의 색깔을 씌워 그 알량한 명분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그저 국민은 배부르고 등 따습고 내일에 희망을 걸고 내 가족의 안녕과 이웃과 오손도손 살되 남에게 업신여김 받지 않으면 행복하다. 이 단순함에는 패거리 의식이 강요됨이 없다. 그저 같이, 우리, 서로 라는 공동체 의식이 종착지이다. 장자 제9편에서 입 안 가득 먹을거리를 넣고 배 두 드리는 모습을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했다(“[夫赫胥氏之時, 民居不知所爲, 行不知所之, 含哺而熙, 鼓腹而遊, 民能以此矣.]”. 이 같이 먹을 것이 풍족해 즐겁게 지냄을 이르는 이 말처럼 민초는 그저 일상의 함포고복을 꿈꾼다. 안정적이고 평온한 이런 시대를 우리는 태평성대라 이야기한다. 이걸 시스템적으로 구현할수록 리더인 개인이 바뀌어도, 지배자가 바뀌어도 ‘개인에 종속되지 않은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을 이상 사회라 하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엔 총과 칼을 쥔 군인들의 무력이 국가운영의 근간이었다. 하긴 공포와 거짓 선동으로 한몫하는 시대도 있게 마련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민주주의의 진전도 빠르게 이뤄졌다. 산업화되고 경제적으로 번영한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무엇으로 운영돼야 하는가?모름지기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개인, 지역, 계층, 집단의 자의적 통치를 배격하고 시스템에 의한 국가운영의 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미국 대통령 유고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다소간의 혼란은 있을지언정 미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300년간 지켜온 헌법정신과 시장경제의 힘으로 혼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는 위기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치환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곧 ‘회복탄력성’이 강한 나라라는 것이다.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무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가진 나라가 국민을 부유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기업은 국가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을 다수 보유한 초일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공직자에게 기업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관습과 친소관계, 학연, 지연 등 파벌적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정교한 절차와 규칙,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세계와 경쟁하는 일류 기업의 운영체계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규제개혁과 공직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이 기업인 마인드를 주문하고 그에 맞게 공직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냥 모른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종시에 앉아서 서울의 기업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피부로 느낄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균형발전만 보지 말고 기업이 왜 서울로 몰리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함이라 하지만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과연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공직사회가 기업인 마인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생각과 비전만으로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추진한다 한들 4년 남은 임기 안에 체질이 바뀌긴 어렵다. 국가적 비전이 있어야 하고 이 비전을 뒷받침할 시스템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시스템적 사고방식의 정착을 위해 우선은 공무원 인사에 기업형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스템의 변화가 정권이 바뀌어도 항상적으로 유지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기업 인사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이다. 글로벌 무대를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들은 하나같이 창업자의 강한 영향력을 극복했다. 창업자가 만들어 놓은 체계와 방침을 2대, 3대 오너들이 뛰어넘은 기업들만이 영속적 성장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70년 역사를 거쳐오며 눈부신 성장 신화를 써온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과 발전의 토대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맞게 변주할지 고민하는 것이 국가운영의 제1덕목이다. 자기 극복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 청산, 인수·합병 같은 고통스러운 자기파괴 과정을 동반한다.미래를 위한 국가적 기능인 항공우주청에서 기존의 공무원 사회의 인사 기준에 예외가 필요했듯이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본 방향 세 가지를 장단기적으로 추진해야 개혁의 기초가 될 것이다. 첫째, 공무원 총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산성 개혁이 필요하다. 정원은 줄이고 개별 임금을 올리는 성과 중심의 방향으로 인력 운영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둘째, 인사기능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에 적합한 정부 조직과 인사관리 기능이 민간기업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유로운 조직 운영과 공무원 개인의 전문화가 전제될 일이다. 셋째, 공공재인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과 신분 안정을 위해 정권으로부터의 피해와 지배를 최소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과 정책의 조화를 위한 중립적 인사 부처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초일류 기업을 더 많이 키워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이 앞장서 기업인 마인드를 강조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지를 모아 시스템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면, 5년 임기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수많은 이들의 집단 지성을 영속적으로 국가운영에 접목할 수 있다면, 우리도 국민소득 10만불, G3 국가로 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공짜밥 먹는 재벌집 아들, 배곯는 독거노인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한민국 노인들이 가난하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이면서도 이들 고령층이 먹고 살기 힘든 나라(노인빈곤율 OECD 1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의 짙은 그림자 중 하나가 바로 극심한 노인빈곤이다.기온이 영하 7도 안팎으로 떨어진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사회복지원각 앞에 무료 급식을 받으려 줄을 선 사람들(사진=황병서 기자)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노년층의 인간다운 삶이 사회 전체적인 복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청장년 시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육체가 쇠락해 노동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일해도 나이 들어 가난해질 것이 뻔하다면 일할 의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한 욜로라는 단어는 벌써 이 땅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해도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긴 어렵다는 자포자기의 정신이 스며들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적정 수준의 노인소득 보장과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삶의 영위는 그 자체가 복지의 일환이자 국가 복지 시스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소모적인 공짜 정책들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좀먹으며 안정적 노후보장을 위협하고 있다. 복지는 사회구성원이 생활의 곤궁에 처하게 될 경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의 재원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고도성장기 대한민국은 복지는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오로지 성장을 위해 달렸다. 어느 정도 경제가 성장한 후엔 허약한 복지망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지정책 관련 예산이 급속히 팽창했다. 국가의 부조(扶助)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공짜예산, 선심성 정책은 자꾸 늘어가는데 한쪽에선 굶어 죽는 사람, 고독사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신호다.복지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 먹고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이에게 제공되는 것을 복지라 한다. 그렇지 않고 빌어서 먹고살아가려는 근성과 인기영합주의가 만나 공중에 흩뿌려지는 것은 공짜일 뿐이고 지금 제공하는 공짜는 훗날 우리 자식들이 결국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다시 노인 빈곤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금 노인세대는 젊은이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강도의 노동과 착취 수준의 처우를 감내하며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 세대다. 복지라는 개념도 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자기 몸 돌보지 않고 묵묵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을 잘 키우면 노후는 자식들이 책임져 줄 것이라는 전통적 가족복지 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가족 복지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은 것은 국가가 제공하는 안전망인데 그마저도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허점이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극심한 노인빈곤은 해결은커녕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양육한 세대에게 인색한가? 자식 세대의 부모 부양은 사회적 책임 이전에 근본적이고 도덕적 윤리의 문제이다. 야박하지만 수익자 부담이란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오롯이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과 관점을 누가 만들었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통 이전의 가족의 의미와 가족 우선의 기본적인 인식을 다시 살펴야 한다. 아이는 왜 낳아 키우는가? 봉사인가? 행복인가? 더불어 사는 삶인가? 아니면 살모사적 가족주의가 지향할 점인가? 사회 모두의 가치적 과제이다. 부모자식간의 양육과 부양은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이다. 이를 회복하고 상호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정책으로라도 정립돼야 한다. 말로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하면서…우리 사회는 복지혜택을 받는 아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이유로 재벌집 자녀에게까지 세금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를 찾아 두세 시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젊은 시절 노후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마저 뒤로한 채 소처럼 일만 했던 노인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에게 어찌 근면하라, 노력하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공짜복지는 일차적으론 가난한 노인들을 도울 재원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이차적으론 젊은 세대로 하여금 안온한 복지망에 안주하게 만들어 스스로 먹고살겠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지금 많은 청년들은 은퇴 후의 삶은 국가가 세금으로 책임져 준다는 인식으로 오늘 벌어 오늘 쓰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만약 청년들이 국가의 도움은 전혀 없이 부모의 노후와 자기들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소비패턴을 유지할 수 있을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면서 이토록 노인들이 오래살고 가난한 사회에서 더 일하지 말고 은퇴하라는 것은 이들을 가난의 절벽으로 더 밀어내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되돌아보고 책임질 문제다. 필요 없는 이에게 낭비되는 공짜는 줄이고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하는 진짜 복지야말로 노인빈곤을 해결하는 열쇠다.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재정이 예상보다 더 빨리 고갈되니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복지국가가 아닌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 기울어진 복지제도의 단면 아니겠는가. 상위계층이나 고소득 자산층의 적절한 기여, 즉 기득권의 자발적 연금 축소와 반납, 유보 등의 고통분담책을 유도하거나 더 많은 연금 기여자를 만드는 정년연장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누가 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 했는가. 일견 그들만의 복지 아닌가.
    송길호 기자 2023.02.02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한민국 노인들이 가난하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이면서도 이들 고령층이 먹고 살기 힘든 나라(노인빈곤율 OECD 1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의 짙은 그림자 중 하나가 바로 극심한 노인빈곤이다.기온이 영하 7도 안팎으로 떨어진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사회복지원각 앞에 무료 급식을 받으려 줄을 선 사람들(사진=황병서 기자)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노년층의 인간다운 삶이 사회 전체적인 복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청장년 시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육체가 쇠락해 노동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일해도 나이 들어 가난해질 것이 뻔하다면 일할 의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한 욜로라는 단어는 벌써 이 땅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해도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긴 어렵다는 자포자기의 정신이 스며들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적정 수준의 노인소득 보장과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삶의 영위는 그 자체가 복지의 일환이자 국가 복지 시스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소모적인 공짜 정책들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좀먹으며 안정적 노후보장을 위협하고 있다. 복지는 사회구성원이 생활의 곤궁에 처하게 될 경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의 재원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고도성장기 대한민국은 복지는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오로지 성장을 위해 달렸다. 어느 정도 경제가 성장한 후엔 허약한 복지망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지정책 관련 예산이 급속히 팽창했다. 국가의 부조(扶助)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공짜예산, 선심성 정책은 자꾸 늘어가는데 한쪽에선 굶어 죽는 사람, 고독사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신호다.복지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 먹고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이에게 제공되는 것을 복지라 한다. 그렇지 않고 빌어서 먹고살아가려는 근성과 인기영합주의가 만나 공중에 흩뿌려지는 것은 공짜일 뿐이고 지금 제공하는 공짜는 훗날 우리 자식들이 결국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다시 노인 빈곤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금 노인세대는 젊은이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강도의 노동과 착취 수준의 처우를 감내하며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 세대다. 복지라는 개념도 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자기 몸 돌보지 않고 묵묵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을 잘 키우면 노후는 자식들이 책임져 줄 것이라는 전통적 가족복지 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가족 복지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은 것은 국가가 제공하는 안전망인데 그마저도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허점이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극심한 노인빈곤은 해결은커녕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양육한 세대에게 인색한가? 자식 세대의 부모 부양은 사회적 책임 이전에 근본적이고 도덕적 윤리의 문제이다. 야박하지만 수익자 부담이란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오롯이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과 관점을 누가 만들었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통 이전의 가족의 의미와 가족 우선의 기본적인 인식을 다시 살펴야 한다. 아이는 왜 낳아 키우는가? 봉사인가? 행복인가? 더불어 사는 삶인가? 아니면 살모사적 가족주의가 지향할 점인가? 사회 모두의 가치적 과제이다. 부모자식간의 양육과 부양은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이다. 이를 회복하고 상호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정책으로라도 정립돼야 한다. 말로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하면서…우리 사회는 복지혜택을 받는 아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이유로 재벌집 자녀에게까지 세금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를 찾아 두세 시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젊은 시절 노후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마저 뒤로한 채 소처럼 일만 했던 노인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에게 어찌 근면하라, 노력하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공짜복지는 일차적으론 가난한 노인들을 도울 재원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이차적으론 젊은 세대로 하여금 안온한 복지망에 안주하게 만들어 스스로 먹고살겠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지금 많은 청년들은 은퇴 후의 삶은 국가가 세금으로 책임져 준다는 인식으로 오늘 벌어 오늘 쓰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만약 청년들이 국가의 도움은 전혀 없이 부모의 노후와 자기들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소비패턴을 유지할 수 있을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면서 이토록 노인들이 오래살고 가난한 사회에서 더 일하지 말고 은퇴하라는 것은 이들을 가난의 절벽으로 더 밀어내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되돌아보고 책임질 문제다. 필요 없는 이에게 낭비되는 공짜는 줄이고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하는 진짜 복지야말로 노인빈곤을 해결하는 열쇠다.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재정이 예상보다 더 빨리 고갈되니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복지국가가 아닌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 기울어진 복지제도의 단면 아니겠는가. 상위계층이나 고소득 자산층의 적절한 기여, 즉 기득권의 자발적 연금 축소와 반납, 유보 등의 고통분담책을 유도하거나 더 많은 연금 기여자를 만드는 정년연장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누가 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 했는가. 일견 그들만의 복지 아닌가.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3대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윤 대통령의 말마따나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정부 각 기관의 가시적인 움직임도 이미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수정하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소수의 기득권은 안온한 환경에서 과실을 따먹겠지만 다음 세대는 그 돈을 대느라 허리가 휘어지다 못해 부러진다. 아마 그렇게 되면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양극화와 빈곤, 사회적 갈등이 충만한 그야말로 소위 ‘헬조선’만 남을 것이다.이제라도 현 정부가 3대 개혁에 진심을 다해 진력하는 모습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길을 택한다는 점에서 옳은 길이기도 하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에 드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면서 질은 높이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개혁의 성과는 떨어지고 저항과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속도전만 강조하면 본질적 개혁은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게 된다. 이 개혁의 성과가 가까운 미래에 평가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질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빠른 성과를 위해 졸속으로 개혁했다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선 시작 단계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 교육, 연금 각각의 분야별 방향성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결정을 지어가야 할 시간이다. 서두르되 원대한 목표와 단계별 세심함이 요체이다. 연금개혁의 경우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바꾸면 재정 건전성도 좋아지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학계에선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5%로 올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혹자는 22%까지 올려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도 한 가구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각종 세금과 연금 보험료는 평균 6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3년 새 21% 늘어난 수준이다. 이 사이 가계소득은 13.2%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뺀다면 3.5% 증가한데 그친다. 그런데 가계의 조세 부담을 더 늘린다면 가처분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른 저항이 거세져 개혁의 앞길이 순탄치 않게 될 것은 자명하다. 휴! 국민연금 15~22%,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 거기다 세금…. 인상만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깊은 천착이 필요한 이유다.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하고 관련 이익 당사자들의 십시일반 기득권 양보도 병행돼야 한다. 기수급권자의 자발적, 추가적 감액, 자산별, 소득별 또는 연령별 적정 지급률 조정 등의 선순환 방안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에 따른 명분과 다른 혜택이 고려된다면 수월한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개인의 노후는 국민 각자가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돕는다는 개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국민 전체의 노후를 국가가 국민연금 만으로 책임진다는 개념은 출생율이 높고 고령화는 낮으며 경제는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개념이다.노동개혁은 21세기형 AI, 스마트 환경에 적합한 전세계적 일자리 경쟁시대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채용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미래형 노동기준이 절실하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수준을 개혁의 본질로 봐선 안 된다. 경제발전 초기에 채택된 노동법제의 대강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미래 세대가 일할 노동시장 환경을 할아버지 세대의 노동법으로 규율하려 들면 일하는 사람과 고용하는 사람이 모두 힘들다. 노와 사, 노와 노 사이의 이중구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완전히 개방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공장형과 지식형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노동법’으로의 전면적 개정이 바른길이다. 교육부문은 교육환경과 산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 한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별, 지자체별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성은 옳다.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제 교육부가 주는 보조금에 대한 각 학교의 의존성을 끊어내야 한다. 1년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진 지금 남아도는 대학을 세금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 대학에 등록금 인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교별로 특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의 선택을 받은 학교는 명품대학으로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는 학교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출생자 격감 속에서 초중고의 존폐 또한 심각한 양상이다. 사회 진출 전 교육기관과 학제가 미래 사회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또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5세 입학, 6-3-3-4제, 사회 진출 연령의 재설정 또한 ‘인재 한국’을 위한 과제이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각 지역별로 분절돼 있는 교육시스템이 야기하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교육감은 장관 임명제로 가는 것이 맞다. 이 작은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문제가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져서야 되겠는가 하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학년당 2만명도 안되는 학생을 위해 17개의 분절된 교육행정이 필요한가? 교육 산업 종사자를 위해 구조조정 또한 선제해야 한다. 궁여지책의 대책으로 보이는 학급당 학생수를 얼마까지 줄이려 하나, 이로 인한 인당 비용 증가의 결과는 무엇일까도 생각해야 한다.대한민국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와 폭이 심상치 않다. 바꿔야 할 때 바꾸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세계사 속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금 연금, 노동,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들, 딸들이 닥쳐오는 거대한 파고를 온몸으로 맞게 된다. 나와 우리, 그리고 모두를 위해 세대와 지역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송길호 기자 2023.01.05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윤 대통령의 말마따나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정부 각 기관의 가시적인 움직임도 이미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수정하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소수의 기득권은 안온한 환경에서 과실을 따먹겠지만 다음 세대는 그 돈을 대느라 허리가 휘어지다 못해 부러진다. 아마 그렇게 되면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양극화와 빈곤, 사회적 갈등이 충만한 그야말로 소위 ‘헬조선’만 남을 것이다.이제라도 현 정부가 3대 개혁에 진심을 다해 진력하는 모습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길을 택한다는 점에서 옳은 길이기도 하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에 드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면서 질은 높이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개혁의 성과는 떨어지고 저항과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속도전만 강조하면 본질적 개혁은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게 된다. 이 개혁의 성과가 가까운 미래에 평가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질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빠른 성과를 위해 졸속으로 개혁했다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선 시작 단계에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 교육, 연금 각각의 분야별 방향성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결정을 지어가야 할 시간이다. 서두르되 원대한 목표와 단계별 세심함이 요체이다. 연금개혁의 경우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바꾸면 재정 건전성도 좋아지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학계에선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5%로 올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혹자는 22%까지 올려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도 한 가구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각종 세금과 연금 보험료는 평균 6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3년 새 21% 늘어난 수준이다. 이 사이 가계소득은 13.2%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뺀다면 3.5% 증가한데 그친다. 그런데 가계의 조세 부담을 더 늘린다면 가처분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른 저항이 거세져 개혁의 앞길이 순탄치 않게 될 것은 자명하다. 휴! 국민연금 15~22%,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 거기다 세금…. 인상만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깊은 천착이 필요한 이유다.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하고 관련 이익 당사자들의 십시일반 기득권 양보도 병행돼야 한다. 기수급권자의 자발적, 추가적 감액, 자산별, 소득별 또는 연령별 적정 지급률 조정 등의 선순환 방안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에 따른 명분과 다른 혜택이 고려된다면 수월한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개인의 노후는 국민 각자가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돕는다는 개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국민 전체의 노후를 국가가 국민연금 만으로 책임진다는 개념은 출생율이 높고 고령화는 낮으며 경제는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개념이다.노동개혁은 21세기형 AI, 스마트 환경에 적합한 전세계적 일자리 경쟁시대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채용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미래형 노동기준이 절실하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수준을 개혁의 본질로 봐선 안 된다. 경제발전 초기에 채택된 노동법제의 대강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미래 세대가 일할 노동시장 환경을 할아버지 세대의 노동법으로 규율하려 들면 일하는 사람과 고용하는 사람이 모두 힘들다. 노와 사, 노와 노 사이의 이중구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완전히 개방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공장형과 지식형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노동법’으로의 전면적 개정이 바른길이다. 교육부문은 교육환경과 산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 한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별, 지자체별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성은 옳다.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제 교육부가 주는 보조금에 대한 각 학교의 의존성을 끊어내야 한다. 1년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진 지금 남아도는 대학을 세금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 대학에 등록금 인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교별로 특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의 선택을 받은 학교는 명품대학으로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는 학교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출생자 격감 속에서 초중고의 존폐 또한 심각한 양상이다. 사회 진출 전 교육기관과 학제가 미래 사회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또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5세 입학, 6-3-3-4제, 사회 진출 연령의 재설정 또한 ‘인재 한국’을 위한 과제이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각 지역별로 분절돼 있는 교육시스템이 야기하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교육감은 장관 임명제로 가는 것이 맞다. 이 작은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문제가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져서야 되겠는가 하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학년당 2만명도 안되는 학생을 위해 17개의 분절된 교육행정이 필요한가? 교육 산업 종사자를 위해 구조조정 또한 선제해야 한다. 궁여지책의 대책으로 보이는 학급당 학생수를 얼마까지 줄이려 하나, 이로 인한 인당 비용 증가의 결과는 무엇일까도 생각해야 한다.대한민국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와 폭이 심상치 않다. 바꿔야 할 때 바꾸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세계사 속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금 연금, 노동,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들, 딸들이 닥쳐오는 거대한 파고를 온몸으로 맞게 된다. 나와 우리, 그리고 모두를 위해 세대와 지역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파괴적 혁신, 상생의 혁신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이번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에 대해 사용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기업 하나가 잠시 멈춘 것뿐인데 참여자들의 삶과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으며 온 나라가 혼란과 불편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개개인의 참여자 모두에 대한 위기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덧 모두가 열광하는 혁신이란 달콤함에 그 그림자가 짙어질 때까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성원 모두가 루저가 되는 크리스 텐센의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혁신의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상생의 혁신’을 꿈꿀 때다. 특히 유사 플랫폼 형태의 유통 알선업의 형태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개화기인 지금 독점과 독식, 편식을 예방하는 정책적 선행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산업의 건강한 혁신에 동참하고 상생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의 새로운 모델의 제시와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사회와 정책 당국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게임의 심판자의 역할이 참여자 모두의 미래를 ‘제로섬이냐, 더 큰 몫을 약속’하느냐의 결과로 연결되는 만큼 정책의 방향성도 중요하거니와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소비,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데이터 송수신의 길목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정보와 재화, 서비스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플랫폼 기업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몰라보게 편리해졌다. PC가 하던 역할을 모바일이 모두 대체했고 혁신적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어떤 직업은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그 기업이 제시하는 서비스의 참신함에 감탄하기 무섭게 시민들은 그 서비스에 적응하고 점차 종속돼 가는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카라쿠배’로 대표되는 플랫폼 선두주자들이 성공한 방정식이 모두 비슷하다.혁신의 부작용의 가장 큰 원인은 전통적 기업들에게 적용되던 ‘공정한 경쟁’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플랫폼 기업들 앞에서 무력화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은행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기존 은행들이나 증권 거래소 등에 적용되던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플랫폼 기업들은 차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고 타다가 택시업계의 특수성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규칙의 빈틈을 파고들어도 정부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만약 삼성이 미용실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고 현대가 꽃가게 예약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하면 정부 당국과 언론과 시민사회는 그냥 잠자코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한 포럼 석상에서 당시 강연자로 나선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변으로 추측하건대 IT 플랫폼이란 새로운 형태의 영역에서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혁신이란 틀 속에서 바라봄으로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공정거래의 룰을 미꾸라지처럼 피해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외롭게 걸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국가 차원에서 혁신기업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보호막을 쳐주고 지원을 해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 이러한 보호와 양해를 이용해 약탈적, 파괴적, 이기적 성장까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 기존 시장 행위자들을 낙오시키고 혼자서만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는 행태를 혁신이라 부를 순 없다. 혁신은 창조적, 상생적, 균형적인 발전을 내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이제 차분하게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그에 따른 폐해를 되짚어 보고 혁신이란 무엇이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을 이롭게 할 것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쿠팡의 가혹한 노무관리,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과 무분별한 기업분할, 타다의 택시업 무임승차, 배달의 민족의 과도한 수수료 착취 문제는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에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절대 농지인 논 위에 아파트 지어 싸게 분양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못하게 하면 기존의 법이 잘못됐고 시대에 뒤처졌고 자유롭지 않다고 강변하는 식의 불공정 경쟁까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눈감아준다면 과실은 이들이 독식하고 폐해는 국민이 함께 나눠 져야 한다. 즉 사회적 새로운 세금(?)이 모든 국민에게 새로운 멍에를 지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차제에 공적 인프라라는 통신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 참여자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 기업들의 기간 통신망 무료이용으로 인한 트래픽의 증가는 결국 통신사업자의 지속적 투자를 강요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인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고 편익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작금의 기준은 국가적 자원의 손쉬운 국외 이전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이제 수많은 형태의 변화와 혁신이 비즈니스로 출현하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환경 속에 제반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분배가 보장되도록 유도하는 방안 또한 미리 준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납품단가 연동제보다는 발생되는 이익 구조의 몫에 대한 기여도에 따른 나눔의 약속과 상생의 풍토가 새롭게 나타나야 한다. 올바른 혁신으로 진화해야 한다. ESG 경영이 트렌드고 세계적 경영에 대한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시대에 기업의 공동 생태계의 유지와 공생에 대한 더 발전된 사회적 규범과 기업인의 자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할까? 안된다면 공통 규범인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송길호 기자 2022.11.03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이번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에 대해 사용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기업 하나가 잠시 멈춘 것뿐인데 참여자들의 삶과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으며 온 나라가 혼란과 불편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개개인의 참여자 모두에 대한 위기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덧 모두가 열광하는 혁신이란 달콤함에 그 그림자가 짙어질 때까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성원 모두가 루저가 되는 크리스 텐센의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혁신의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상생의 혁신’을 꿈꿀 때다. 특히 유사 플랫폼 형태의 유통 알선업의 형태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개화기인 지금 독점과 독식, 편식을 예방하는 정책적 선행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산업의 건강한 혁신에 동참하고 상생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의 새로운 모델의 제시와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사회와 정책 당국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게임의 심판자의 역할이 참여자 모두의 미래를 ‘제로섬이냐, 더 큰 몫을 약속’하느냐의 결과로 연결되는 만큼 정책의 방향성도 중요하거니와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소비,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데이터 송수신의 길목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정보와 재화, 서비스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플랫폼 기업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몰라보게 편리해졌다. PC가 하던 역할을 모바일이 모두 대체했고 혁신적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어떤 직업은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그 기업이 제시하는 서비스의 참신함에 감탄하기 무섭게 시민들은 그 서비스에 적응하고 점차 종속돼 가는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카라쿠배’로 대표되는 플랫폼 선두주자들이 성공한 방정식이 모두 비슷하다.혁신의 부작용의 가장 큰 원인은 전통적 기업들에게 적용되던 ‘공정한 경쟁’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플랫폼 기업들 앞에서 무력화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은행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기존 은행들이나 증권 거래소 등에 적용되던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플랫폼 기업들은 차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고 타다가 택시업계의 특수성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규칙의 빈틈을 파고들어도 정부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만약 삼성이 미용실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고 현대가 꽃가게 예약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하면 정부 당국과 언론과 시민사회는 그냥 잠자코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한 포럼 석상에서 당시 강연자로 나선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변으로 추측하건대 IT 플랫폼이란 새로운 형태의 영역에서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혁신이란 틀 속에서 바라봄으로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공정거래의 룰을 미꾸라지처럼 피해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외롭게 걸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국가 차원에서 혁신기업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보호막을 쳐주고 지원을 해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 이러한 보호와 양해를 이용해 약탈적, 파괴적, 이기적 성장까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 기존 시장 행위자들을 낙오시키고 혼자서만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는 행태를 혁신이라 부를 순 없다. 혁신은 창조적, 상생적, 균형적인 발전을 내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이제 차분하게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그에 따른 폐해를 되짚어 보고 혁신이란 무엇이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을 이롭게 할 것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쿠팡의 가혹한 노무관리,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과 무분별한 기업분할, 타다의 택시업 무임승차, 배달의 민족의 과도한 수수료 착취 문제는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에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절대 농지인 논 위에 아파트 지어 싸게 분양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못하게 하면 기존의 법이 잘못됐고 시대에 뒤처졌고 자유롭지 않다고 강변하는 식의 불공정 경쟁까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눈감아준다면 과실은 이들이 독식하고 폐해는 국민이 함께 나눠 져야 한다. 즉 사회적 새로운 세금(?)이 모든 국민에게 새로운 멍에를 지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차제에 공적 인프라라는 통신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 참여자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 기업들의 기간 통신망 무료이용으로 인한 트래픽의 증가는 결국 통신사업자의 지속적 투자를 강요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인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고 편익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작금의 기준은 국가적 자원의 손쉬운 국외 이전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이제 수많은 형태의 변화와 혁신이 비즈니스로 출현하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환경 속에 제반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분배가 보장되도록 유도하는 방안 또한 미리 준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납품단가 연동제보다는 발생되는 이익 구조의 몫에 대한 기여도에 따른 나눔의 약속과 상생의 풍토가 새롭게 나타나야 한다. 올바른 혁신으로 진화해야 한다. ESG 경영이 트렌드고 세계적 경영에 대한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시대에 기업의 공동 생태계의 유지와 공생에 대한 더 발전된 사회적 규범과 기업인의 자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할까? 안된다면 공통 규범인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 [이근면의 사람 이야기]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마지막 기회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지난 9월 6일 영국에선 리즈 트러스 총리가 공식 취임했다. 여성으로는 세 번째이자 40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리더가 된 그에게서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 전 총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철의 여인’은 강하고 우직하게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한 대처를 향한 시대의 존경이 담긴 별명이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이 1970년대 들어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방만한 재정지출, 막대한 복지비용, 강경한 노동조합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정치인은 없었다. 산업구조 재편, 공공기관 개혁과 같은 정책은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에겐 낙선으로 가는 직행열차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처는 강경한 노동조합의 거친 반발을 뚫고 대처리즘으로 불리는 시장친화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개혁정책들을 하나하나 관철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감당한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이 표방한 ‘3대 개혁’은 지금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가장 앞에 놓인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지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혔듯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금·노동·교육 문제가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을 잠식하고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 됐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정치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3대 개혁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결정이지만 취임 4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사안 자체가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면서도 결정적인 때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밀고 나가야 하는 문제이기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더군다나 취임 첫해임에도 지지율이 극도록 낮은 지금의 상황이 3대 개혁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오늘만 살고 내일 굶을 순 없다. 당면한 고물가, 고환율, 세계적 경기침체, 에너지난을 타개하는데 국정동력을 집중하겠지만 3대 개혁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에 고통스럽더라도 손을 놓지 않고 정치적, 정책적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적당히 눈감은 사이비 개혁은 망국의 길이고 곧 미래세대인 청년의 죽음이다. 이 크고,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성공하기 위해선 뼈대가 되는 원칙이 먼저 나와야 한다. 첫째, 서두르지 않되 먼저 시작해야 한다. 개혁을 시도하기 좋은 환경은 결코 오지 않는다. 3대 개혁은 누가, 언제 하더라도 혼란과 고통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얘기 꺼내기 좋은 때를 기다리다 보면 5년 임기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이 바로 개혁을 추진하기 가장 좋은 때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무원 연금개혁을 성공시켜 618조원의 막대한 국민 부담을 줄였지만 정치적 손실과 함께 (실질적으로 미래세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음에도) 세종시에서의 야당지지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둘째, 민관을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 개혁의 마차는 민간과 공공영역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정당성과 권위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그렇다고 정부, 공공기관, 국회가 민간영역을 아우르지 않고 홀로 앞서 나가게 되면 개혁안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게 된다. 기업과 학교,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야 현장에서 수용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개혁안이 도출된다. 국가의 백년 과제를 국민 모두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행위의 무한 반복이 필요하다. 셋째, 개혁의 직접적 수혜자인 청년층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 3대 개혁을 추진하면 결과는 10~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사회의 중추인 50대 이상이 개혁작업을 추진해도 그 후과는 오롯이 지금의 20~40대들이 짊어져야 한다. 청년층에게 개혁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다룰 때 가장 치열하고 생산적인 고민과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혁의 주체는 당사자인 청년층이 돼야 한다. 청년층의 제도적, 정치적, 실질적 참여 방안의 강구가 성과의 측정 도구가 될 것이다. 넷째,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인 3대 개혁을 추진할 개혁위원회가 필요하다. 3대 개혁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시기적으로도 수십 년 이상 가는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고 개혁의 성과는 최대화하기 위해 개혁의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점진적,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국가적 개혁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현 정부 혼자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여야, 시민사회, 기업,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조직을 하루빨리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 공론화 위원회 같은 들러리 위원회가 아닌, 여론에 따라 춤추는 위원회가 아닌, 진솔함과 치열함으로 문제를 풀어낼 미래를 향하는 눈과 애끓는 가슴의 위원회가 돼야 한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기틀을 놓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 안팎의 변화가 그만큼 너무 가파르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원칙을 세우고 개혁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바란다. 대통령이 앞장서 널리 지혜를 구한다면 길은 반드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오천년을 살아남고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 인이다. 우리도 한 번 세계 속에 우뚝 선 G3의 나라를 향해 가야한다. 국민적 합심과 혜안으로. 처칠의 이야기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다음 세대에 어떤 것을 물려줄 수 있느냐가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송길호 기자 2022.10.06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지난 9월 6일 영국에선 리즈 트러스 총리가 공식 취임했다. 여성으로는 세 번째이자 40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리더가 된 그에게서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 전 총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철의 여인’은 강하고 우직하게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한 대처를 향한 시대의 존경이 담긴 별명이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이 1970년대 들어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방만한 재정지출, 막대한 복지비용, 강경한 노동조합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정치인은 없었다. 산업구조 재편, 공공기관 개혁과 같은 정책은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에겐 낙선으로 가는 직행열차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처는 강경한 노동조합의 거친 반발을 뚫고 대처리즘으로 불리는 시장친화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개혁정책들을 하나하나 관철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감당한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이 표방한 ‘3대 개혁’은 지금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가장 앞에 놓인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지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혔듯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금·노동·교육 문제가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을 잠식하고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 됐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정치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3대 개혁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결정이지만 취임 4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사안 자체가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면서도 결정적인 때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밀고 나가야 하는 문제이기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더군다나 취임 첫해임에도 지지율이 극도록 낮은 지금의 상황이 3대 개혁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오늘만 살고 내일 굶을 순 없다. 당면한 고물가, 고환율, 세계적 경기침체, 에너지난을 타개하는데 국정동력을 집중하겠지만 3대 개혁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에 고통스럽더라도 손을 놓지 않고 정치적, 정책적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적당히 눈감은 사이비 개혁은 망국의 길이고 곧 미래세대인 청년의 죽음이다. 이 크고,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성공하기 위해선 뼈대가 되는 원칙이 먼저 나와야 한다. 첫째, 서두르지 않되 먼저 시작해야 한다. 개혁을 시도하기 좋은 환경은 결코 오지 않는다. 3대 개혁은 누가, 언제 하더라도 혼란과 고통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얘기 꺼내기 좋은 때를 기다리다 보면 5년 임기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이 바로 개혁을 추진하기 가장 좋은 때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무원 연금개혁을 성공시켜 618조원의 막대한 국민 부담을 줄였지만 정치적 손실과 함께 (실질적으로 미래세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음에도) 세종시에서의 야당지지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둘째, 민관을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 개혁의 마차는 민간과 공공영역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정당성과 권위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그렇다고 정부, 공공기관, 국회가 민간영역을 아우르지 않고 홀로 앞서 나가게 되면 개혁안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게 된다. 기업과 학교,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야 현장에서 수용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개혁안이 도출된다. 국가의 백년 과제를 국민 모두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행위의 무한 반복이 필요하다. 셋째, 개혁의 직접적 수혜자인 청년층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 3대 개혁을 추진하면 결과는 10~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사회의 중추인 50대 이상이 개혁작업을 추진해도 그 후과는 오롯이 지금의 20~40대들이 짊어져야 한다. 청년층에게 개혁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대안을 모색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다룰 때 가장 치열하고 생산적인 고민과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혁의 주체는 당사자인 청년층이 돼야 한다. 청년층의 제도적, 정치적, 실질적 참여 방안의 강구가 성과의 측정 도구가 될 것이다. 넷째,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인 3대 개혁을 추진할 개혁위원회가 필요하다. 3대 개혁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전체 국민을 아우르고 시기적으로도 수십 년 이상 가는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고 개혁의 성과는 최대화하기 위해 개혁의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점진적,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국가적 개혁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현 정부 혼자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여야, 시민사회, 기업,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조직을 하루빨리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 공론화 위원회 같은 들러리 위원회가 아닌, 여론에 따라 춤추는 위원회가 아닌, 진솔함과 치열함으로 문제를 풀어낼 미래를 향하는 눈과 애끓는 가슴의 위원회가 돼야 한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기틀을 놓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 안팎의 변화가 그만큼 너무 가파르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원칙을 세우고 개혁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바란다. 대통령이 앞장서 널리 지혜를 구한다면 길은 반드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오천년을 살아남고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 인이다. 우리도 한 번 세계 속에 우뚝 선 G3의 나라를 향해 가야한다. 국민적 합심과 혜안으로. 처칠의 이야기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다음 세대에 어떤 것을 물려줄 수 있느냐가 의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공직 개혁, 인사가 만사다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한국사회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매우 이중적이다. 최근 경쟁률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나 30년 이상 공무원은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의 하나였다. 매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십대 1을 넘고 노량진엔 공직사회 입문의 꿈을 품고 각지에서 청년들이 몰려든다. 그러면서도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의 한켠엔 복지부동, 무사안일, 철밥통 같은 이질적인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관료제가 가지는 내재적 특성, 이를테면 경직적이고 분절적인 조직운영체계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 모른다.공무원이 선망과 규제의 이중적 인식의 대상이라는 점은 그들의 힘과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무원의 영향력이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국가의 역량을 견인하지 못하고 되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G3로의 도약,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총체적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다. 아직 민간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던 1960~1980년대엔 실력 있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개발의 최전선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을 선도지휘했다. 그러나 산업화 60년이 지난 2020년대에도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뒷받침하는 성장모델은 확립되지 못했다. 20년 전 정부예산이 100조였던 시절의 시스템이 700조원을 눈 앞에 둔 오늘날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건 내일의 국가 설계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를 함께 드러내는 상징적 사안이다. 공직사회에선 정무직 고위직이나 현장 서비스직을 막론하고 인사는 ‘일의 질’과 ‘국가적 성과’를 결정짓는다. ‘인사가 만사의 시작’이란 말이 그 핵심을 짚는다. 한국이 글로벌 10대 경제강국이 된 지금, 공직사회 인사관리의 총체적인 틀을 새롭게 디자인 할 때가 됐다. 정치색 짙은 고위직 임명과 인사는 논외로 해도 국민 서비스에 직접적인로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 인사관리 혁신은 조직과 인력, 채용과 양성, 육성, 보상체계, 인력생산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AI, 4차 산업혁명등으로 촉발된 각국간 초경쟁적 상황의 전개가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이다. 지난 70년을 거치며 우리의 최고 자산임이 입증된 인재경쟁력이야 말로 국가 생존과 발전의 핵심요체이다. 그러므로 다음 다섯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인사기능의 종합적 전문화가 필요하다. 조직과 정원 규모, 육성과 운영은 인사관리의 기본이다. 일관된 국가운영체계와 인사시스템의 재정비는 물론, 20~30년을 내다보는 교육과 양성이 G3를 꿈꾸는 꿈꿀 수 있는 핵심전략이 돼야 한다. 둘째 연간 5만명이 넘는 공공영역 인력의 사전양성체계도 필요하다. 각 군에서 시험을 통한 장교 선발과 사관학교를 통한 장교 선발을 병행하듯 공무원도 사관학교의 역할을 할 사전교육기관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험을 통한 입직에서 간과되기 쉬운 공직자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 확립을 사전 교육기관에서 충분히 함양할 수 있고 시대변화에 맞는 필요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실력 있는 공무원, 제2의 삶(2nd life)과 전관예우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돼 온 건 순환보직제의 폐지다. 1, 2년마다 새로운 직군으로 옮기다 보니 현장에선 민원인보다 모르는 공무원이 생겨나고 퇴직 후 제2의 삶도 전관예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게 된다. 필자가 초대 인사혁신처장 시절 발표한 「공직 인사혁신 3개년 추진계획(안)」에서 공무원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통(通)인재’와 보다 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해 관리자로 성장하는 ‘창조인재’를 구분해 투트랙으로 인사관리를 하자고 제안한 건 이 때문이다. 넷째 보상체계의 재편이다. 일 잘하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민간에 비해 가장 뒤처진 분야가 아마 평가와 보상체계일 것이다.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중요직무급제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 경쟁이 디폴트 값인 공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9급으로 입직해도 능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10년 안에 5급으로 승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에서 제도 혁신의 일환으로 이러한 공정한 평가 및 보상체계 구축을 강조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다섯째, 인력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 공무원의 기능과 규모, 그리고 질을 고려해야 한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도 이제 생산성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대폭 늘려 놓은 공무원 수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인력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구의 순감소가 시작되고 유례 없는 저출생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적절한 수의 공무원 규모를 산출하고 과잉 지출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생산성 제고 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민간과 공공의 직위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다양한 통섭적 정책을 발굴하고 글로벌 차원의 발전을 위한 경쟁력 확보의 첩경이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밥그릇 싸움은 국민의 풍요와 안정된 삶에 직결될 것이다. 국가경쟁력의 단초는 정부 인사전반의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문화 혁신이 정부 인사 기능 전문성을 강화해 공직사회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민간주도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인사시스템의 정비와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당국자의 의지만이 아닌 전 국민적 관심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송길호 기자 2022.09.01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한국사회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매우 이중적이다. 최근 경쟁률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나 30년 이상 공무원은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의 하나였다. 매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십대 1을 넘고 노량진엔 공직사회 입문의 꿈을 품고 각지에서 청년들이 몰려든다. 그러면서도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의 한켠엔 복지부동, 무사안일, 철밥통 같은 이질적인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관료제가 가지는 내재적 특성, 이를테면 경직적이고 분절적인 조직운영체계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 모른다.공무원이 선망과 규제의 이중적 인식의 대상이라는 점은 그들의 힘과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무원의 영향력이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국가의 역량을 견인하지 못하고 되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G3로의 도약,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총체적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다. 아직 민간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던 1960~1980년대엔 실력 있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개발의 최전선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을 선도지휘했다. 그러나 산업화 60년이 지난 2020년대에도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뒷받침하는 성장모델은 확립되지 못했다. 20년 전 정부예산이 100조였던 시절의 시스템이 700조원을 눈 앞에 둔 오늘날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건 내일의 국가 설계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를 함께 드러내는 상징적 사안이다. 공직사회에선 정무직 고위직이나 현장 서비스직을 막론하고 인사는 ‘일의 질’과 ‘국가적 성과’를 결정짓는다. ‘인사가 만사의 시작’이란 말이 그 핵심을 짚는다. 한국이 글로벌 10대 경제강국이 된 지금, 공직사회 인사관리의 총체적인 틀을 새롭게 디자인 할 때가 됐다. 정치색 짙은 고위직 임명과 인사는 논외로 해도 국민 서비스에 직접적인로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 인사관리 혁신은 조직과 인력, 채용과 양성, 육성, 보상체계, 인력생산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AI, 4차 산업혁명등으로 촉발된 각국간 초경쟁적 상황의 전개가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이다. 지난 70년을 거치며 우리의 최고 자산임이 입증된 인재경쟁력이야 말로 국가 생존과 발전의 핵심요체이다. 그러므로 다음 다섯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인사기능의 종합적 전문화가 필요하다. 조직과 정원 규모, 육성과 운영은 인사관리의 기본이다. 일관된 국가운영체계와 인사시스템의 재정비는 물론, 20~30년을 내다보는 교육과 양성이 G3를 꿈꾸는 꿈꿀 수 있는 핵심전략이 돼야 한다. 둘째 연간 5만명이 넘는 공공영역 인력의 사전양성체계도 필요하다. 각 군에서 시험을 통한 장교 선발과 사관학교를 통한 장교 선발을 병행하듯 공무원도 사관학교의 역할을 할 사전교육기관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험을 통한 입직에서 간과되기 쉬운 공직자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 확립을 사전 교육기관에서 충분히 함양할 수 있고 시대변화에 맞는 필요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실력 있는 공무원, 제2의 삶(2nd life)과 전관예우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돼 온 건 순환보직제의 폐지다. 1, 2년마다 새로운 직군으로 옮기다 보니 현장에선 민원인보다 모르는 공무원이 생겨나고 퇴직 후 제2의 삶도 전관예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게 된다. 필자가 초대 인사혁신처장 시절 발표한 「공직 인사혁신 3개년 추진계획(안)」에서 공무원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통(通)인재’와 보다 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해 관리자로 성장하는 ‘창조인재’를 구분해 투트랙으로 인사관리를 하자고 제안한 건 이 때문이다. 넷째 보상체계의 재편이다. 일 잘하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민간에 비해 가장 뒤처진 분야가 아마 평가와 보상체계일 것이다.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중요직무급제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 경쟁이 디폴트 값인 공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9급으로 입직해도 능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10년 안에 5급으로 승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에서 제도 혁신의 일환으로 이러한 공정한 평가 및 보상체계 구축을 강조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다섯째, 인력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 공무원의 기능과 규모, 그리고 질을 고려해야 한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도 이제 생산성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대폭 늘려 놓은 공무원 수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인력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구의 순감소가 시작되고 유례 없는 저출생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적절한 수의 공무원 규모를 산출하고 과잉 지출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생산성 제고 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민간과 공공의 직위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다양한 통섭적 정책을 발굴하고 글로벌 차원의 발전을 위한 경쟁력 확보의 첩경이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밥그릇 싸움은 국민의 풍요와 안정된 삶에 직결될 것이다. 국가경쟁력의 단초는 정부 인사전반의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문화 혁신이 정부 인사 기능 전문성을 강화해 공직사회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민간주도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인사시스템의 정비와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당국자의 의지만이 아닌 전 국민적 관심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글로벌 보헤미안 시대의 한가한 노동개혁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윤석열 정부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란 큰 노동분규가 연달아 발생했다.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은 접어두어도 향후 노동정책을 미루어 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도 볼 수 있다. 첫째, 공언 한대로 법대로 집행했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다 정리 됐는가? 둘째, 화물연대 파업의 잔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는가? 사후 처리는 끝났는가? 셋째, 공권력은 적절한 시기에 행사됐는가? 그런데 분규 초기 대응력은? 책임자의 역할은? 더욱이 대우조선 사태의 경우 53일 동안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아무도 나서지 않은 것 아닌가? 지금도 이럴진대 지난한 개혁의 과정을 돌파해야 할 관련자들의 자세는 어찌 보아야하나? 미래 세대를 위한 생존 조건인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한가함이 언뜻 언뜻 내비치는 것은 아닌지? 실제 앞으로 펼쳐질 노동 현장은 펜데믹과 재택근무의 획기적 진전으로 전 세계가 동일한 시간, 같은 지역을 살며 어떤 회사라도 근무가 가능한 글로벌 보헤미안 시대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29년 안에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 형태로 경제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긱 경제(gig economy·임시계약경제)’와 그로 인한 ‘긱 노동자’로의 전환이 예견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근로기준과 노동법의 전면적인 리셋이 필요하다. 즉 기득권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미래 노동환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위해전면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마침 지난 22일 장·차관 워크숍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연금, 교육, 노동의 3대 개혁을 두고 ‘국민의 명령’이라 언급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각 부처에서는 성과를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임금체계 개편의 양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초과근로 총량 관리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보장할 수 있게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또 고령인구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장년 근로자의 근로정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경직적인 연공성을 직무와 성과급위주로 조정할 필요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다.그러나 이 두 가지가 노동개혁의 전부라면 뭔가 부족하다. 주52시간제와 임금체계는 노동3법으로 대표되는 노동관계법령 중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구조,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담아내기엔 현행 법령은 너무 낡고 협소하다. 이대로는 변화에 대비하지도 못하고 세계적 차원의 경쟁구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기초체력 회복인데 피부 표면의 상처 치료 정도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긴 노동 권력의 위세를 돌파할 전략과 포부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니…. 당장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서 엄청난 인력이 갈 곳을 잃게 되는데 기존에 만들어진 노동관계 법체계로 이 문제를 대처하면 노사모두 극한 대립을 면할 길이 없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노동인구의 재교육과 산업군별 재배치를 이루고 더 나아가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 대응하려면 노동관계 법체계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하는 수준의 진정한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이 문제는 기업이 독단적으로 할 수도 없고 노동계가 선제적으로 개혁하자고 할 리도 만무하다. 사회적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국회와 행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개혁의 필요성을 노동계 전반에 이해시키고 수반되는 피해를 노사가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의 범위를 확대하고 개혁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동관계 의제는 노와 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개혁 의제에 비해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미래를 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구조적 변화를 근간에 두고 노사관계, 노정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림을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일부가 독점하는 비정상적 폐단을 끊어 낼 원모심려(遠謀深慮)가 절실하다. 일부 강성 노동세력과 공무원 조차도 집단행동으로 국민을 위협하는 노동권력의 시대 아닌가.임금, 휴가, 노사관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같은 전통적인 의제에서부터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동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더해져 우리 노사관계도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국가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자본은 냉혹하게 낙오자를 양산하고 노동은 극단적으로 저항하게 되고 경제는 혼란 속에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세계경제의 보편적 흐름을 따라잡으면서도 우리만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메타버스등 기술 발전으로 시공간의 의미가 없어진 시대, ‘글로벌 보헤미안’으로 살아가야 할 오늘과 내일을 위해 노동관련법 재편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이 국가경쟁력과 G3로 가는 핵심 요체가 되는 시대이다. 지금의 낡은 노동관계 법체계는 마치 19세기 조선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이대로라면 국제 흐름에 둔감 해지고, 쇄국적 규제는 강화되면서 ‘갈라파고스 노동의 나라’가 되어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 해도 미봉책이나 우회가 아닌 국가적 선택이 핵심이다. 반드시 합의해야 할 기본적 요소인 △세계적 관점의 대전환에 대한 노동규범 △자율성과 유연성 △국가 경쟁력 차원의 인재전략 △집단적 노사관계의 당사자적 해결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가 생존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오늘의 국민’뿐 아니라 ‘내일의 국민’을 위한 담대한 개혁이 필요한 때다. 절박하다. 세계의 시간은 이 순간에도 거침없이 흘러간다.
    송길호 기자 2022.08.04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윤석열 정부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란 큰 노동분규가 연달아 발생했다.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은 접어두어도 향후 노동정책을 미루어 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도 볼 수 있다. 첫째, 공언 한대로 법대로 집행했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다 정리 됐는가? 둘째, 화물연대 파업의 잔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는가? 사후 처리는 끝났는가? 셋째, 공권력은 적절한 시기에 행사됐는가? 그런데 분규 초기 대응력은? 책임자의 역할은? 더욱이 대우조선 사태의 경우 53일 동안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아무도 나서지 않은 것 아닌가? 지금도 이럴진대 지난한 개혁의 과정을 돌파해야 할 관련자들의 자세는 어찌 보아야하나? 미래 세대를 위한 생존 조건인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한가함이 언뜻 언뜻 내비치는 것은 아닌지? 실제 앞으로 펼쳐질 노동 현장은 펜데믹과 재택근무의 획기적 진전으로 전 세계가 동일한 시간, 같은 지역을 살며 어떤 회사라도 근무가 가능한 글로벌 보헤미안 시대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29년 안에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 형태로 경제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긱 경제(gig economy·임시계약경제)’와 그로 인한 ‘긱 노동자’로의 전환이 예견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근로기준과 노동법의 전면적인 리셋이 필요하다. 즉 기득권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미래 노동환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위해전면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마침 지난 22일 장·차관 워크숍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연금, 교육, 노동의 3대 개혁을 두고 ‘국민의 명령’이라 언급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각 부처에서는 성과를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임금체계 개편의 양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초과근로 총량 관리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보장할 수 있게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또 고령인구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장년 근로자의 근로정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경직적인 연공성을 직무와 성과급위주로 조정할 필요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다.그러나 이 두 가지가 노동개혁의 전부라면 뭔가 부족하다. 주52시간제와 임금체계는 노동3법으로 대표되는 노동관계법령 중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구조,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담아내기엔 현행 법령은 너무 낡고 협소하다. 이대로는 변화에 대비하지도 못하고 세계적 차원의 경쟁구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기초체력 회복인데 피부 표면의 상처 치료 정도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긴 노동 권력의 위세를 돌파할 전략과 포부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니…. 당장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서 엄청난 인력이 갈 곳을 잃게 되는데 기존에 만들어진 노동관계 법체계로 이 문제를 대처하면 노사모두 극한 대립을 면할 길이 없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노동인구의 재교육과 산업군별 재배치를 이루고 더 나아가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 대응하려면 노동관계 법체계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하는 수준의 진정한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이 문제는 기업이 독단적으로 할 수도 없고 노동계가 선제적으로 개혁하자고 할 리도 만무하다. 사회적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국회와 행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개혁의 필요성을 노동계 전반에 이해시키고 수반되는 피해를 노사가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의 범위를 확대하고 개혁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동관계 의제는 노와 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개혁 의제에 비해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미래를 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구조적 변화를 근간에 두고 노사관계, 노정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림을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일부가 독점하는 비정상적 폐단을 끊어 낼 원모심려(遠謀深慮)가 절실하다. 일부 강성 노동세력과 공무원 조차도 집단행동으로 국민을 위협하는 노동권력의 시대 아닌가.임금, 휴가, 노사관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같은 전통적인 의제에서부터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동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더해져 우리 노사관계도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국가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자본은 냉혹하게 낙오자를 양산하고 노동은 극단적으로 저항하게 되고 경제는 혼란 속에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세계경제의 보편적 흐름을 따라잡으면서도 우리만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메타버스등 기술 발전으로 시공간의 의미가 없어진 시대, ‘글로벌 보헤미안’으로 살아가야 할 오늘과 내일을 위해 노동관련법 재편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이 국가경쟁력과 G3로 가는 핵심 요체가 되는 시대이다. 지금의 낡은 노동관계 법체계는 마치 19세기 조선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이대로라면 국제 흐름에 둔감 해지고, 쇄국적 규제는 강화되면서 ‘갈라파고스 노동의 나라’가 되어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 해도 미봉책이나 우회가 아닌 국가적 선택이 핵심이다. 반드시 합의해야 할 기본적 요소인 △세계적 관점의 대전환에 대한 노동규범 △자율성과 유연성 △국가 경쟁력 차원의 인재전략 △집단적 노사관계의 당사자적 해결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가 생존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오늘의 국민’뿐 아니라 ‘내일의 국민’을 위한 담대한 개혁이 필요한 때다. 절박하다. 세계의 시간은 이 순간에도 거침없이 흘러간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용두사미'규제개혁 안되려면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출범시키며 규제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안에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어 정책적, 정무적 판단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통상 총괄·사회 분야, 경제분야를 담당했던 국무조정실 1, 2차장도 모두 규제개혁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로 임명했고, 부처에서도 자체적인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지난 20년 간 보수정권, 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야심차게 칼을 빼들었던 초기의 의욕과는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그 폐해와 필요성, 시급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번 정권은 다를까? 작금의 대내외적 경제환경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10위권의 성숙한 경제력을 이룩해 더 이상 선진국 베끼기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로 성장동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생존 자체가 숙제이고, 그 답 또한 난망하다. 역대 정부의 실패 이유는 규제개혁이 전 국민의 시대적, 국가적 의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정권이 규제개혁을 외쳐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뿐 초당적 협력으로 호응하지 않았고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입각해 눈치만 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총체적 지대추구 행위로 기득권 지키기의 전방위적 저항과 관전자의 부화뇌동의 종착점이었다. 속칭 ‘시간은 간다. 끌면 이긴다’의 정신 승리다. 그렇게 시간이 2, 3년 지나면 정권 초반의 강력했던 동력은 점차 사그라들고 대통령의 외침은 점점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가고 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익 집단의 속성들이다. 그래서 ‘자율’이란 단어는 태생적 한계이며 도착 할 수 없는 길이 된다. 타율의 힘이 아니고는 자정과 변화는 연목구어이다. 규제개혁을 과연 할 생각이 있는지? 단순히 정치적 수사인지? 혹은 100년 대계의 대한민국을 꿈 꾸며 내린 용단인지? 어떤 길로 가게 될 지는 정부의 ‘선택’을 보면 미리 알 수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소비자측 인사가 책임과 결정을 맡도록 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세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 갈래는 입법차원으로 규제의 뼈대가 되는 법률을 과감히 개정, 폐기하는 것이다.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의 생사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 국회는 이 중대한 법률제정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첫 국회였던 13대 국회가 938개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는 25배나 많은 2만4141개의 법률안을 발의 했다. 기업은 법률에 딸린 시행규칙 하나에도 벌벌 떠는데 이토록 많은 법률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양산되겠는가? 아울러 파킨슨의 법칙처럼 공무원의 증가와 사회비용 증가는 필연적으로 후행하며 이는 개인의 자유의 제한과 비용부담(세금) 증가로 귀결된다. 시대에 맞지 않은 법률,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들은 과감히 개정하거나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초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이유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경제의 성장이라는 대의에 공감하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규제! ‘원인 투 아웃’(하나의 규제를 만들려면 두개의 규제를 없애는 정책)이라니, 일몰제라는 미세 조정들은 5739건의 법령이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갱이 줍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행정부 차원의 개혁. 얼핏 보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지시하면 바로 규제개혁에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명시적인 조문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만 규제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권고, 자율 지침, 구두지시,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가 지자체 등 현장 일선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통제가 어렵다. 관료제 특성상 공무원들은 이러한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하고 동시에 문책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를 기본값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행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을 위해선 개혁 아젠다가 1,2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내내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된다는 시그널을 공직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선 대통령이 5년 내내 ‘한 놈만 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아님 전봇대 하나 움직이는데 5년을 허송세월 하거나 규제 하나 고치는데 400일 소요되는 전철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갈래는 추진 동력 확보이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발전이라는 과제에 전 국가적 동력과 자원을 하나로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과 인력과 여론이 한데 모여야 한다. ‘수출 100억불 목표달성’, ‘1000불 소득 이룩하자’는 경제성장과 관련된 표어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표어로 기억되는 산아제한도 성공한 정부정책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시대적 여론과 국민 개개인의 꿈이 맞아 떨어져 국가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달할 목표와 시간, 같은 생각, 같은 방향에 대한 국민적 동감을 이끌어낸 ‘정신적 합일’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이젠 경제 생산성 향상이 국가의제로 자리잡아야 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지 않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관료들의 편의만을 위한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입법 차원, 행정부 차원, 그리고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 된 추진 동력 확보라는 세가지 방향에서의 개혁을 통해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꼭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규제개혁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간다. 개혁은 타이밍이다.
    송길호 기자 2022.07.07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출범시키며 규제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안에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어 정책적, 정무적 판단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통상 총괄·사회 분야, 경제분야를 담당했던 국무조정실 1, 2차장도 모두 규제개혁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로 임명했고, 부처에서도 자체적인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지난 20년 간 보수정권, 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야심차게 칼을 빼들었던 초기의 의욕과는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그 폐해와 필요성, 시급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번 정권은 다를까? 작금의 대내외적 경제환경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10위권의 성숙한 경제력을 이룩해 더 이상 선진국 베끼기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로 성장동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생존 자체가 숙제이고, 그 답 또한 난망하다. 역대 정부의 실패 이유는 규제개혁이 전 국민의 시대적, 국가적 의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정권이 규제개혁을 외쳐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뿐 초당적 협력으로 호응하지 않았고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입각해 눈치만 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총체적 지대추구 행위로 기득권 지키기의 전방위적 저항과 관전자의 부화뇌동의 종착점이었다. 속칭 ‘시간은 간다. 끌면 이긴다’의 정신 승리다. 그렇게 시간이 2, 3년 지나면 정권 초반의 강력했던 동력은 점차 사그라들고 대통령의 외침은 점점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가고 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익 집단의 속성들이다. 그래서 ‘자율’이란 단어는 태생적 한계이며 도착 할 수 없는 길이 된다. 타율의 힘이 아니고는 자정과 변화는 연목구어이다. 규제개혁을 과연 할 생각이 있는지? 단순히 정치적 수사인지? 혹은 100년 대계의 대한민국을 꿈 꾸며 내린 용단인지? 어떤 길로 가게 될 지는 정부의 ‘선택’을 보면 미리 알 수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소비자측 인사가 책임과 결정을 맡도록 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세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 갈래는 입법차원으로 규제의 뼈대가 되는 법률을 과감히 개정, 폐기하는 것이다.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의 생사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 국회는 이 중대한 법률제정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첫 국회였던 13대 국회가 938개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는 25배나 많은 2만4141개의 법률안을 발의 했다. 기업은 법률에 딸린 시행규칙 하나에도 벌벌 떠는데 이토록 많은 법률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양산되겠는가? 아울러 파킨슨의 법칙처럼 공무원의 증가와 사회비용 증가는 필연적으로 후행하며 이는 개인의 자유의 제한과 비용부담(세금) 증가로 귀결된다. 시대에 맞지 않은 법률,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들은 과감히 개정하거나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초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야당도 정치적 이유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경제의 성장이라는 대의에 공감하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규제! ‘원인 투 아웃’(하나의 규제를 만들려면 두개의 규제를 없애는 정책)이라니, 일몰제라는 미세 조정들은 5739건의 법령이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갱이 줍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행정부 차원의 개혁. 얼핏 보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지시하면 바로 규제개혁에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명시적인 조문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만 규제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권고, 자율 지침, 구두지시, 행정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가 지자체 등 현장 일선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통제가 어렵다. 관료제 특성상 공무원들은 이러한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하고 동시에 문책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를 기본값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행정부 차원의 규제개혁을 위해선 개혁 아젠다가 1,2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내내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된다는 시그널을 공직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선 대통령이 5년 내내 ‘한 놈만 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아님 전봇대 하나 움직이는데 5년을 허송세월 하거나 규제 하나 고치는데 400일 소요되는 전철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갈래는 추진 동력 확보이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발전이라는 과제에 전 국가적 동력과 자원을 하나로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과 인력과 여론이 한데 모여야 한다. ‘수출 100억불 목표달성’, ‘1000불 소득 이룩하자’는 경제성장과 관련된 표어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표어로 기억되는 산아제한도 성공한 정부정책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시대적 여론과 국민 개개인의 꿈이 맞아 떨어져 국가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달할 목표와 시간, 같은 생각, 같은 방향에 대한 국민적 동감을 이끌어낸 ‘정신적 합일’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이젠 경제 생산성 향상이 국가의제로 자리잡아야 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지 않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관료들의 편의만을 위한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입법 차원, 행정부 차원, 그리고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 된 추진 동력 확보라는 세가지 방향에서의 개혁을 통해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꼭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규제개혁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간다. 개혁은 타이밍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공정한 연금개혁 위한 세가지 원칙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공적연금이 위기다. 지금과 같은 정도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현 세대 청년들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게 되는 약 35년 후에는 청장년 세대 1인당 노인 1명에 대한 사회적 부양 책임이 있게 된다. 1년에 3개월씩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 당시부터 일찍 가입하고 일찍 수령한 가입자에게만 유리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던 탓에 개혁은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두 차례 개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 고갈 예측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보증에 해마다 수 조원의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적연금개혁은 단순한 숫자 개혁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다. 단순히 더 받고 덜 내기의 산술적 계산을 넘어 사회적 관련 부분의 종합적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 박근혜의 610조, 문재인 760조문제는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고 최적의 개혁방안을 도출해야 할 정치인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또한 국민연금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5년 내내 연금개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애써 쉬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욱이 검토안 조차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아닌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라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미봉책 이었다. 필자는 실제로 인사혁신처장 재임 시절 공무원 연금 개혁을 이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대통령으로서 미래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그 결과 박 정부는 610조원의 미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공무원 조직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반면 문 정부는 연금개혁은 손도 대지 않았고 국가부채는 760조원이 늘었다. 정치의 역할이 실종된 사이 올해 4대 연금에 국가가 부담할 돈이 8조 7천억으로 예상되고 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5년에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한다. 이대로 가도 연금을 계속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폰지 사기를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금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합의새 정부가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연금개혁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기에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는 합의를 하면 좋겠다. 첫째, 전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자. 여야 각자가 생각하는 연금개혁안을 놓고 국민을 상대로 치열하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충분히 마련 한 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채 지체하면 정권 초의 강력한 동력이 점차 식고 정치적 부담이 큰 연금개혁 논의는 점점 후순위로 밀린다.둘째, 다음 세대를 위한 개혁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은 2040세대의 적절한 연금수급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담아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정도에 적자로 돌아서고 약 15년 후인 2055년께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0세 국민은 35년 후인 2055년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데 정작 자신은 받을 돈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셋째, 서두르지는 말자, 그러나 반드시 해내자.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출범할 때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로 잡았다. 그 해의 대한민국 기대수명이 70.7세였으니 평균 10년 정도 연금을 받는 셈이었다. 2022년 현재 기대수명은 84.1세, 그리고 2055년은 89.5세로 늘었는데 그 사이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5년 늦춘 게 전부다. ◇사회적 십시일반의 정신 살아나야지급시기를 늦추되 개인의 소득수준과 생애주기를 반영해야 한다. 연금 설계 당시에 비해 노년생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기여금을 5년 정도 더 낼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지속적 소득이 일정액 이상 있는 자, 사회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90대 이상 계층에 대해선 수급액을 줄이는 방향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소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에서 돈을 조금 덜 받아도 노후생활에 지장이 없다. 이들이 형편이 어려운 동료 시민을 위해 조금 적게 받는 사회부조적 정의가 필요하다. 다만 개인의 노후 책임(베짱이에게 주는 사회적 부양은 모럴헤저드이다)과 가족의 부양 책임의 적절한 부담이 사회정의 이며 구성원의 호응을 끌어내는 방안이다. 그저 손 놓고 도와달라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또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여전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30%에 달한다. 건강보험처럼 이들도 국민연금의 틀 내로 끌어들여 가급적 많은 국민이 가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되 지나치게 소득이 낮은 이들에겐 기초연금 등 안전장치를 통해 사회기본연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한의 부담이 모두를 납득 시킬 수 있는 사회부조이다. 90%는 스스로, 10%는 사회가 보장하는 형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성장과 번영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고 내 몫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모두가 합심하여 이 길로 가야한다. 현재의 공적연금 제도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거나 높은 경제성장률이 담보되어야 유지가능하지만 둘 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전체 국민들이 조금씩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내면서 연금을 가급적 적게 받고 늦게 받아야 하는데 이는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연금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이 지난하고도 고통스러운 개혁작업을 성공하려면 다른 각 공적연금(국민,군인,사학, 공무원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에서 세가지 원칙과 전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공적연금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슬기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송길호 기자 2022.06.02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공적연금이 위기다. 지금과 같은 정도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현 세대 청년들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게 되는 약 35년 후에는 청장년 세대 1인당 노인 1명에 대한 사회적 부양 책임이 있게 된다. 1년에 3개월씩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 당시부터 일찍 가입하고 일찍 수령한 가입자에게만 유리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던 탓에 개혁은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두 차례 개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 고갈 예측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보증에 해마다 수 조원의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적연금개혁은 단순한 숫자 개혁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다. 단순히 더 받고 덜 내기의 산술적 계산을 넘어 사회적 관련 부분의 종합적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 박근혜의 610조, 문재인 760조문제는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고 최적의 개혁방안을 도출해야 할 정치인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또한 국민연금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5년 내내 연금개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애써 쉬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욱이 검토안 조차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아닌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라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미봉책 이었다. 필자는 실제로 인사혁신처장 재임 시절 공무원 연금 개혁을 이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대통령으로서 미래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그 결과 박 정부는 610조원의 미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공무원 조직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반면 문 정부는 연금개혁은 손도 대지 않았고 국가부채는 760조원이 늘었다. 정치의 역할이 실종된 사이 올해 4대 연금에 국가가 부담할 돈이 8조 7천억으로 예상되고 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5년에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한다. 이대로 가도 연금을 계속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폰지 사기를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금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합의새 정부가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연금개혁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기에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는 합의를 하면 좋겠다. 첫째, 전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자. 여야 각자가 생각하는 연금개혁안을 놓고 국민을 상대로 치열하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충분히 마련 한 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채 지체하면 정권 초의 강력한 동력이 점차 식고 정치적 부담이 큰 연금개혁 논의는 점점 후순위로 밀린다.둘째, 다음 세대를 위한 개혁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은 2040세대의 적절한 연금수급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담아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정도에 적자로 돌아서고 약 15년 후인 2055년께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0세 국민은 35년 후인 2055년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데 정작 자신은 받을 돈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셋째, 서두르지는 말자, 그러나 반드시 해내자.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출범할 때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로 잡았다. 그 해의 대한민국 기대수명이 70.7세였으니 평균 10년 정도 연금을 받는 셈이었다. 2022년 현재 기대수명은 84.1세, 그리고 2055년은 89.5세로 늘었는데 그 사이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5년 늦춘 게 전부다. ◇사회적 십시일반의 정신 살아나야지급시기를 늦추되 개인의 소득수준과 생애주기를 반영해야 한다. 연금 설계 당시에 비해 노년생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기여금을 5년 정도 더 낼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지속적 소득이 일정액 이상 있는 자, 사회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90대 이상 계층에 대해선 수급액을 줄이는 방향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소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에서 돈을 조금 덜 받아도 노후생활에 지장이 없다. 이들이 형편이 어려운 동료 시민을 위해 조금 적게 받는 사회부조적 정의가 필요하다. 다만 개인의 노후 책임(베짱이에게 주는 사회적 부양은 모럴헤저드이다)과 가족의 부양 책임의 적절한 부담이 사회정의 이며 구성원의 호응을 끌어내는 방안이다. 그저 손 놓고 도와달라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또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여전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30%에 달한다. 건강보험처럼 이들도 국민연금의 틀 내로 끌어들여 가급적 많은 국민이 가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되 지나치게 소득이 낮은 이들에겐 기초연금 등 안전장치를 통해 사회기본연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한의 부담이 모두를 납득 시킬 수 있는 사회부조이다. 90%는 스스로, 10%는 사회가 보장하는 형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성장과 번영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고 내 몫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모두가 합심하여 이 길로 가야한다. 현재의 공적연금 제도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거나 높은 경제성장률이 담보되어야 유지가능하지만 둘 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전체 국민들이 조금씩 돈을 더 많이, 더 오래 내면서 연금을 가급적 적게 받고 늦게 받아야 하는데 이는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연금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이 지난하고도 고통스러운 개혁작업을 성공하려면 다른 각 공적연금(국민,군인,사학, 공무원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에서 세가지 원칙과 전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공적연금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슬기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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