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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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런 촛불 아래 화가는 돈을 셌다 [화폭역정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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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 뚝뚝' 묵직한 수채화…한 시대 비춘 진한 초상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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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안은 황금빛 관능, 그림 밖은 서투른 하트 [화폭역정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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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볼거리 변화'도, 하이브 '육각형 실험'도…전시집중 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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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구멍으로 엿봤다, 이 화가의 '이중성' [화폭역정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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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성 뚝뚝' 묵직한 수채화…한 시대 비춘 진한 초상 [e갤러리]
    '서정성 뚝뚝' 묵직한 수채화…한 시대 비춘 진한 초상
    오현주 기자 2026.06.04
    황규응 ‘영도가 보이는 자갈치’(1989 사진=미광화랑)[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강원 춘천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교직을 접고 경찰에 투신해 형사가 됐고. 그 틈에 뭐라도 있었겠지 하는 추측은 섣부르다. 정규 미술교육은 아예 받은 적이 없다니까. 이쯤 되면 슬슬 답답해지는 건 이쪽이다. 세상 이치를 다 안다는 듯 쓱쓱 그어낸 붓선이며, 질박하게 올린 향토적 색감, 힘들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에다가 서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그림은 뭐고, 미술교육은 또 뭔가 싶기까지 한 거다. 작가 황규응(1928∼2004). 살아 있는 동안 ‘화가’란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여보긴 했을까. 그 흔한 개인전조차 생전 단 두 번뿐이었다니 말이다. 작가는 ‘수채화가’였다. 하지만 여느 수채화와는 결이 다르다.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한 그 특징 대신 묵직하고 거친 불투명으로 서민의 일상을 먼 풍경처럼 녹여냈다. 부산 일대 정경이 많다. 자갈치, 영도, 송도, 상마·하마마을, 남포동, 해운대, 을숙도, 미포 등 바다와 뭍, 섬을 어울린 풍경들이다. ‘영도가 보이는 자갈치’(1989)는 그중 한 점. 다리는 다리대로, 배는 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멈춰 있으나 움직이는 한 시대의 진한 초상을 펼쳐놨다. 6월 16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황규응 회고전’에서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부산 근교를 그린 수채화 38점을 선별해 걸었다. 종이에 수채, 37×53㎝. 미광화랑 제공. 황규응 ‘해운대 낙조’(1987), 종이에 수채, 52×75㎝(사진=미광화랑)황규응 ‘설경 1’(1993), 종이에 수채, 37×49㎝(사진=미광화랑)황규응 ‘자갈치’(1996), 종이에 수채, 23×34㎝(사진=미광화랑)황규응 ‘포장마차’(2002), 종이에 수채, 23×34㎝(사진=미광화랑)
  • 무작정 나선 '사랑길', 애써 세운 '잠시 멈춤' [e갤러리]
    무작정 나선 '사랑길', 애써 세운 '잠시 멈춤'
    오현주 기자 2026.05.14
    조성모 ‘사랑길 따라’(2024 사진=작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상이 궁금했나. 아니 그리웠나. 소나무가 삐죽하게 키를 키웠다. 그 큰 호기심을, 그 긴 그리움을 마중한 건 달이다. 꽉 채운 얼굴로 소나무를 맞고 있다. 평범한 자연물로 서정성을 극대화한 이 장면은 작가 조성모(66)의 붓끝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한국 소도시에 띄울 만한 감수성을 그려낸다. 달·나무 등 동양적 소재로 에두른 ‘향수’란 걸 알아채긴 어렵지 않다. 사실적인 기법으로 공들여 눌러낸 것까지 보이니. 그런데 정겹게 묘사한 그 대상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건 의외의 배경이다. 그저 살가운 문양이려니 다가섰다가 실체를 확인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데. 알파벳 ‘L·O·V·E’를 무수히 새겨 만든 묵직한 ‘사랑판’이니 말이다. 조성모 ‘사랑길 따라’(2022), 캔버스에 오일, 76×38㎝(사진=작가)초기에는 아니었다. 1992년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에는 첨단문명이 벌려 놓은 흔적을 강하고 날카로운 그어냈더랬다. 결국 ‘사랑길 따라’(2024)는 먼 타국에서 발을 뗀 여정이었던 거다. 그 길이 도시를 거쳐 시골로 갔다가 낮은 물론이고 밤까지 이어지지만 끝내 ‘고향’으로 향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을까. 언제부턴가 작품 속에 표지판이 섰다. 노란 면에 빨간 테두리를 씌운 삼각형으로 ‘잠시 멈춤’을 알린다. 이제 숨을 좀 고르란 뜻인가. 길도 사랑도 삶도. 5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개인전 ‘사랑길 따라’에서 볼 수 있다. 14년 만의 고국 개인전이다. 120여 점을 걸고 순회전으로 꾸린다. 서울전 이후 충남 부여문화원(5월 29일∼6월 4일)을 거쳐 부산 해운대 K갤러리(6월 7~21일)로 이어간다. 캔버스에 오일, 61×61㎝. 작가 제공. 조성모 ‘사랑길 따라-눈 내리는 아러킬 길’(2018), 캔버스에 오일, 50×25㎝(사진=작가)조성모 ‘사랑길 따라-보름달과 함께한 슈네멍크 산’(2018), 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 130×162㎝(사진=작가)
  • 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 [e갤러리]
    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
    오현주 기자 2026.04.16
    범진용 ‘완벽한 이웃’(2025 사진=누크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뭔가 즐거워 보인다. 식사를 하는지, 놀이를 하는지, 그냥 수다의 마법에 빠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이들이 무엇을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무엇을 하는가다. 무심한 듯 긴밀하게 그어낸 빛과 색, 서사가 한데 엉켜 쏟아지고 있으니. 작가 범진용(49)이 화면에 들인 시작은 ‘풍경’이었다. 사실 말이 풍경이지 척박한 공터나 무너진 도시의 가장자리를 타고 오른 ‘풀’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상 속 풍경, 버려진 장소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의 생명력”을 돋우려 한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인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저 평범한 주변인들이라고 했다. “놀랄 만한 사건도 거대한 서사도 없다. 오랜만에 여행 가신 엄마, 편의점 가는 조카, 춤추는 친구들, 겹겹이 쌓인 일상 중 하나일 뿐.” 또 어느 때는 그 경계가 모호했는데. 풀 속의 인물, 풀처럼 흔들리고 곧추서는 인물, 풀만큼 얽히고설킨 인물이 나타난 거다. 테마를 아우르는 공통점이라면 세상을 세심하게 관찰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면이란 것. ‘완벽한 이웃’(Perfect Circle·2025)처럼 말이다. 작품의 백미는 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에 있다. 비단 인물의 얼굴만이 아니다. 풍경도, 사물도 그 얼굴을 가졌다. 4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김지희·이의성과 여는 기획전 ‘먼지 아래의 바닥은 깨끗하다’(Beneath the Dust)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240×330㎝. 누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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