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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적자 보전’이라 부르는 예산의 성격부터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군인연금은 단순한 노후 복지 자금이 아니다. 현역 시절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견딘 군인들에게 국가가 사후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연된 임금’(Deferred Compensation)의 성격이 짙다. 즉, 지금의 투입 예산은 국가가 안보를 위해 군인들에게 진 빚을 뒤늦게 정산하는 ‘미지급금의 정산’이지 밑 빠진 독에 붓는 세금이 아니다.
무엇보다 군인연금은 국가가 군인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계약’이다. 군인은 일반 직종은 물론 위험을 무릅쓰는 경찰·소방관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24시간 대기 태세는 기본이며 거주 이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돼 수십 년간 가족과 떨어져 격오지를 전전한다. 전시에는 생명까지 국가 명령 체계에 위탁한다. 헌법상 노동 3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연금은 그들이 포기한 기본권과 기회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조기 수급 구조 또한 ‘혜택’이 아닌 ‘강제적 희생’의 산물로 봐야 한다. 군 조직은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이며 ‘조직의 젊음과 전투력 유지’를 위해 계급 정년제를 운영한다. 40~50대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조직을 떠나야 하는 구조는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한 강제된 선택이다. 따라서 군인연금은 이른 퇴직으로 발생하는 생애 소득의 공백을 메우는 안보 비용의 일부인 셈이다.
물론 재정 안정화 논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개혁’과 ‘비난’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군인연금을 마치 일부 집단의 특권처럼 몰아세우는 프레임은 결국 우수 인력의 이탈을 부추긴다. 실제로 최근 학생군사교육단(ROTC) 지원율 급감과 초급 간부들의 중도 이탈은 단순히 낮은 급여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가 나의 헌신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다.
군인연금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청춘을 바친 이들에게 국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 지형이 결정될 것이다. 국가가 약속한 신뢰를 숫자로 깎아내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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