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저는 옥천군 이원면이라는 시골의 농부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 어릴 때 따돌림도 많이 당하고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양궁 영웅’ 김우진(32·청주시청) 선수가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이같이 운을 뗐다. 그는 이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과 실패를 이겨낸 과정을 담아 축사를 했다.
 | 2024 파리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양궁 영웅 김우진(청주시청)이 19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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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수면쿵야’라고 소개한 김 선수는 “이런 별명을 얻은 만큼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며 “수만 가지의 변수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양궁이라는 스포츠 특성상 저도 불안과 걱정 속에 활을 당겼던 시기가 있다”고 회상했다.
김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하게 됐다. 이 기점으로 극심한 슬럼프 시기에 빠졌다”며 “항상 최상위권이었던 저는 점점 메달에서 멀어져 그저 그런 선수로 변해가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도 지난날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현실을 회피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전국 체전에서는 60명이 출전해 55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이 온몸을 휘감았다”고 전했다.
그는 “유독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며 “큰 무대에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심리였다”며 “지나친 욕심은 나의 마음을 흔들고 과녁을 흐린다. 과정에 충실하다. 과정에 충실했으니 나 자신을 믿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졸업생들을 향해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성공 혹은 실패라는 결과를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목표를 향한 과정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좌절감을 느낄 때 그냥 한 발 더 내디뎌라”고도 했다. 김 선수는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퍼즐을 맞추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며 졸업생들의 건투를 빌었다.
이날 국민대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위복을 입은 김 선수가 등장하자 카메라를 들고 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김 선수를 보기 위한 인파로 행사장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붐볐다. 김 선수의 축사를 들은 졸업생 학부모 손모(57)씨는 “취업 준비로 고생하는 아이한테 김우진 선수의 격려는 큰 위로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졸업생 양모(26)씨도 “‘수면쿵야’라고 할 만큼 대담하기만 한 분인 줄 알았는데 역경을 극복하면서 다져진 것이었구나 싶었다”며 “학교를 찾아 졸업을 축하해준 김 선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 2024년 8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브라질의 마르쿠스 다우메이다와의 16강에서 한국 김우진이 활시위를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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