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부위를 라이터로…’ 가혹행위 한 동창생 살해 10대, 끝내 실형

신체 부위 불로 지지는 등 가혹 행위
약 3시간 걸친 괴롭힘에 흉기로 살해
재판부는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 선고
  • 등록 2024-09-14 오전 11:48:57

    수정 2024-09-14 오전 11:48:57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신체 부위를 라이터로 지지는 등 폭행과 성적으로 가혹 행위를 저지른 동창생을 살해한 1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권상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을 선고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피해자였던 A군이 가해자가 된 건 지난 4월 14일이었다.

B군은 C(19)군과 함께 A군이 사는 삼척시 한 아파트로 찾아왔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평소 길에서 우연히 A군을 만나면 이유 없이 폭행하거나 괴롭혀왔다.

이날 A군 집에 찾아온 B군은 집이 더럽다는 이유로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뿌린 뒤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다.

이어 A군의 머리카락을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강제로 잘랐고, A군의 머리카락, 귀, 눈썹, 중요 부위 등을 라이터로 지졌다.

또 B군은 A군의 옷을 벗게 하고 자위 행위를 시키는 가 하면 신체 부위에 물건을 넣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A군이 이에 주저하자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때렸고, B군은 A군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이붓는 등 약 3시간 동안 괴롭혔다.

결국 A군은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게 된 틈을 타 주방에 있던 흉기로 B군을 찔러 살해했다. 학폭 피해자에서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된 순간이었다.

A군 측은 법정에서 “지적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진단받고,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던 중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강요로 다량의 음주까지 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군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건 당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말 극한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괴롭힘을 당하던 중간중간 계속 B군을 흉기로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A군이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은 채 피해자의 강요로 상당량의 소주를 마신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한 점으로 볼 때 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A군이 중증 지적장애 진단을 받고 학업성적이나 학업성취도가 낮긴 했지만, 글을 읽고 쓰며 정상적으로 중고교 과정을 이수해 졸업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이전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고, 형사고소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었으나 피해자의 괴롭힘 행위를 제지할 만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 가족, 학교, 경찰 등에 이를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인격 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 행위 등 범행 동기에 상당한 정도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과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군은 항소한 상태다.

한편 A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한 C군은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오는 10월 17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C군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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