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상위 한 증권사 CEO의 일갈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투자은행)에 어부지리라도 올라타려면 외형 확장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 자기자본은 아시아권 내에서도 뒤처진다. 9년여만에 자본금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허용을 위한 세칙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증권업계에서도 ‘한국형 골드만삭스’ 탄생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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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1분기 중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을 보유한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허용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업무계획을 지난 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IMA로 조달한 자금을 잘 운용할 수 있는 규제 장치나 자산의 활용, 리스크 관리 장치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대상 기업의 범위, 예치금 보호장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대응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IMA는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장하면서 수탁금 70% 이상을 기업금융(IB)에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투자통장’이다. IMA의 핵심은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진다는 것과 예탁받은 자금을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등 IB 업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금계좌처럼 안전하면서도 은행 금리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 가능한 발행어음과 달리 예탁금 기반인 만큼 발행한도의 제한이 없다.
한국판 골드만삭스?…‘편식’ 넘어서야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초대형 IB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초대형 IB 4개사는 발행어음 자금의 90.9%인 3조 6910억원을 대기업·중견기업에 대출 방식으로 투자했다. 이 가운데 30% 이상이 부동산 대출로의 쏠림과 대기업 여신 편중이 나타난다. 가장 모험자본이라고 평가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774억원(1.9%)에 그쳤다. 당초 모험자본 공급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초대형 IB들은 △기업대출 △회사채·어음 △기업 대상 사모펀드(PEF) 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할 수 있지만 투자처 확보 문제 등으로 여신에 치우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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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그간의 성장을 강조하며 IB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선제적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의 발행어음 투자 자산에 대한 규정 개선안도 검토 중이다. 기업금융 관련 자산 의무비율 상향, 부동산 금융 투자 제한 강화, 유동성 리스크 감소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법률상 제한적이고, 건전성 중심의 리스크 관리 방침으로, 모험자본보다는 사고를 막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IB 상품을 개발 및 판매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을 위한 외형 확장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