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년운동협회는 기념식에서 ‘소년운동에 대한 선언’을 발표했다. 골자는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만 14세 이하에게 유무상 노동을 폐하게 하라 △배우고 놀기에 족할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세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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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회는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주시오”,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등 어른과 어린이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1919년 영국의 사회운동가 에글렌타인 젭은 1차 대전 패전국 오스트리아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자는 내용의 전단을 돌리다가 이적행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세계 최초의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창립했다. 그는 1923년 △정상적 발달을 위한 지원 △재난 상황에서 최우선 보호 △모든 형태의 착취에서 보호 등 5개항을 담은 아동권리선언 초안을 마련했다.
인권 의식이 뒤떨어지고 근대적 법률 체계를 못 갖춘 일제강점기 한국이 선진국들보다 먼저 최초의 어린이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고 1920년 튀르키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린이날 제정의 산파역인 방정환은 어린 시절 천도교 계열 소년입지회에 몸담았다. 선린상업학교를 중퇴하고 민족운동과 문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1917년 천도교 3대 교주 손병희 셋째딸과 결혼한 뒤 보성전문학교를 거쳐 1920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어린이 인권과 평등사상에 일찍 눈을 뜬 것은 ‘인내천(人乃天)’이라는 천도교 인본주의 정신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1927년부터는 노동절과 겹치는 것을 피하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일요일로 바꿨다. 소년운동단체들이 민족주의·사회주의 진영으로 분열된 가운데 1931년 7월 23일 방정환이 별세해 소년운동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1937년부터는 일제가 어린이날 행사마저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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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재난이 닥치면 아동을 가장 먼저 구해야 한다”는 에글렌타인 젭의 호소가 무색하다. 국내 개봉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힌드의 목소리’에서 생생히 목격하는 것처럼 전후방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대전의 특성 탓에 최근 전쟁일수록 어린이 희생자가 많다. 지난달에는 미군이 이란 초등학교에 미사일을 쏴 수업을 받던 학생 170여 명이 숨졌다.
어린이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꿈을 꿀 자유가 있다. 그런 세상을 당장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1년 중 하루만큼은 그런 희망을 안겨주자고 다짐하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세상에는 불행한 아이, 꿈조차 사치스럽게 여기는 아이, 미처 꿈도 꿔보지 못한 채 일찍 생을 마감하는 아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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